이순신 장군을 다룬 영화 3편을 추천하라면, 한산, 노량, 명량인데, 난 그중에서 가장 감동적이고 짜릿한 영화는 단연코 명량이다. 최민식 배우의 열연이 기가 막히게 좋았다. 각 영화마다 캐릭터가 다르기 때문에 누가 최고다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영화 명량에 나온 이순신 캐릭터가 우리가 가장 익숙하기도 하고, 가장 드라마틱하게 받아들여지기 좋기 때문인것 같다. 울둘목에서 벌어진 명량해전에 대해서 상세하게 알아보자.
전략적 전투, 명량해전
세계해전사에 유래가 없는 전투라고 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일단 숫적으로 너무나 열세였던 조선수군. 판옥선 12척을 가지고 왜적 133척과 맞짱을 뜬 전투다. 어떻게 이런 전투가 가능했을까? 단순히 용기만으로는 설명이 되지 않는다. 일단, 이순신 장군은 자신이 가장 잘 아는 지역으로 왜적을 유인했다. 사실, 적들이 굳이 울둘목쪽을 들어오지 않았어도 됐다. 그들은 조선수군을 무시하고 뒤로 돌아서 서해안으로 올라갔어도 됐을것이다. 그런데 왜 굳이 왜적은 조선수군이 정박해있는 울둘목 쪽으로 왔을까? 여러가지 이유가 있지만, 왜적 입장에서는 조선 수군이 저 위치가 중요한 곳이라 생각해서 지키고 있을것이라 생각했고, 자신들이 숫적으로 훨씬 유리하니까 너무 쉽게 생각했던것 같다. 생각해보라. 10배나 되는 우위를 가지고 있는데, 어떻게 패할 수 있겠는가. 왜적도 하수는 아니었다. 그들 또한 일본수군으로 명성을 날리던 자들이니까.
일단 이순신 장군은 왜군을 유인했다. 자신이 아주 유리하게 활용할 수있는 지역으로 유인했고, 12척이 아니라 대장선 단독으로 반나절을 버틴다. 당시 물의 흐름이 역류였기 때문에 격군들은 계속 노를 저으면, 왜적과 대항했어야 했다. 정말 죽을 각오로 싸운것이라 생각한다. 정오를 넘어가면서, 물살의 흐름이 바뀌면서 순풍이 되고, 파괴된 배의 잔해들이 왜적들 쪽으로 몰려가기 시작했다. 이때를 기회로 조선수군이 합심해서 반격을 시작한다. 이순신 장군은 물길이 바뀌는 시간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울들목은 소리가 울면서 간다고 해서 울들목이다. 한국에서 가장 물살이 쎄고, 물길이 험한 곳이다. 바로 이 부근에서 안타까운 사고가 있어서 참 가슴아픈 지역이다.
혁명적 상상력
누가봐도 패배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그렇지만 이순신 장군은 이미 울둘목 지역을 수십번, 아니 수백번일지도 모르게 관찰한 바 있다. 장군이 생각해도 이 전투는 쉽지않았을 것이다. 도전히 이길 방법이 없었을 것이다. 자신들의 힘만으로는 이 전투에 승산이 없다는 것을 알았던 것이다. 장군은 전투가 벌어질 바다를 계속 관찰해서 울둘목의 물길이 바뀌는 것을 알아낸다. 정확하게 언제쯤 물길이 바뀔것이라는 것을 예측하고 전투를 시작한것이다. 해협은 폭이 300 m 로 좁기 때문에 왜군이 넓게 퍼져서 올 수 없고, 물길이 수시로 바뀌기 때문에 기동력이 떨어질 수 밖에 없는 곳이었다. 그런 특징을 충분히 활용해서 왜적과 맞선다. 판옥선의 전투력과 일본 배의 특징을 정확하게 파악하지 않으면, 전술을 생각해낼 수 없었을 것이다. 여기서 장군은 혁명적 상상력을 발휘한다. 역류가 있을 때, 버티기만 하면 정방향을 물길이 바뀔 때 적들이 당황하고, 좁은 해협에서 자기들끼리 부딛쳐 격침될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예측한것이다. 이는 혁명적 상상력이다. 하늘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 여러 상황을 파악해서 날카로운 전술을 개발한 것이다.
상식의 감옥 탈출하기
뻔한 생각, 남들도 다하는 생각에서 벗어나야 한다. 나는 이를 상식의 감옥탈출이라 생각한다. 요즘 Ai 가 등장하면서 뻔한 얘기를 아주 그럴싸하게 써주기도 하고, 다양한 소재를 잘 버무려서 멋지게 포장해주는 글도 써준다. 그렇지만, 다르게 생각해보자. 우리가 맛집이라 생각하는 것중에 프렌차이즈 보다는 몇대에 걸쳐서 운영하는 식당이 더 많다. 노포는 보통 50년 이상 넘어서 최소 2대째 운영하는 곳이 많다. 그들 식당의 비법이 무엇인가. 아무한테도 알려주지 않는 레스피의 비밀이 있다. 자동화해주는 기계가 있다고 해도 그들은 사용하지 않는다. 믹서로 갈아도되는것을 굳이 맷돌로 간다. 새벽같이 일어나서 수작업으로 정성껏 재료 손질을 한다. 그들이라고 귀찮지 않겠는가. 그렇지만 그 맛이 다르기 때문에 고생고생하며 음식을 만드는 것이다. 손님들은 그 맛의 차이를 귀신같이 알아챈다.
글이라고 다를까. Ai 로 돌리면 뻔하디 뻔한 글만 나온다. 읽으면 잘 쓴것 같기는 하지만 별로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기계가 여기저기서 짜깁기한 얘기로는 느낌이 오지 않는다. 결국 스크롤을 급하게 올리고 다른 글을 찾게된다. 앞으로 Ai 가 더 보편화되면, 점점 더 Ai 가 쓴 글은 도태될 수도 있지 않을까 싶다. 그렇다고 사용하지 말자는 것은 아니지만, 파트너 정도로 활용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순신 장군은 자신의 스타일대로 전투를 행한다. 여기서 스타일이란게 중요한다. 음식도, 글도, 미술도, 음악도 자신의 스타일을 만들고 유지하는게 중요하다. 아주 편하게 맥도날드처럼 매뉴얼에 따라 자동화해서 만드는 것도 필요하지만, 충분한 시간을 두고 재료손질하고 음식을 만드는 장인의 손길도 필요하다. 어떻게 어느 지점에서 합의를 봐야할지는 또 다른 고민이지만.
마무리 정리
영화 명량을 보면서, 자신의 스타일대로 원하는 위치에서 전투를 하는 것의 중요성을 느낀다. 우선 자신의 스타일이 무엇인지 알려면 수 많은 시간을 노력해야 한다. 그냥 무턱대고 열심히 하는 것이 아니라, 방향성을 유지하면서 새로운 방식으로 도전하면서 자신의 스타일을 만들어가야 한다. 실패를 두려워할 필요가 없는데, 이유는 실패를 통해서 성공할 수 있는 데이터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영화 명량은 도전하는 사람들이 꼭 봐야할 영화다. 매번 실패한다고 좌절하고 포기할 것이 아니라, 어제와 다른 방식으로 실패에서 힌트를 얻어서 새로운 방식으로 도전해야 한다. 포기하지 않는다면, 결국에는 승리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