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82년생 김지영을 보면서, 82년생이면 지금 (2025년 기준) 몇살인가 계산해보니, 43살이다. 40대 초중반의 여성이 한국사회에서 살아오면, 겪었던 이야기. 또 그 어머니, 할머니 세대가 겪었던 차별에 대한 이야기다. 다만, 이 영화를 남녀구도의 페미니즘 영화로 보기보다 사회적 약자가 자신의 존엄성이 사회적적 억압에 의해서 훼손될 때 벌어지는 심리적 상처와 그 극복방식에 대해서 생각해보려 한다. 이를 통해 인간평등, 형평운동에 대한 의미도 되새겨 보는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1. 평범하지 않은 삶
1982년 생이면, 2025년 기준으로 43세가 된다. 40대 초반이된 82년생 여성은 한국에서 어떤 대우를 받으며 살아왔을까. 이 영화는 묘하게 독립영화 벌새의 또 다른 버젼 같다는 생각이 든다. 삼풍백화점 붕괴사건이 발생하는 것은 1995년 6월. 당시 중학교 1학년이었다면 1982년생쯤 될것이다. 벌새의 그 주인공이 어른으로 성장해서 대한민국에서 여성으로 살아왔다면, 아마도 82년생 김지영의 삶을 살았을 가능성이 높다. 대한민국의 많은 여성들이 82년생 김지영에 공감하는 이유가 한국사회에서 여성이라는 이유로 차별받고 억압 받았기 때문에 그 심리적 고통에 공감하는 것일 것이다. 그렇지만, 이 영화를 여성해방이라는 이슈로 한정짓지는 말았으면 좋겠다. 남녀 갈등으로 이 영화가 소모되는 것을 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 영화는 사회적 약자가 집단주의, 차별로 가득차 사회에서 어떻게 일그러지고, 갈등을 겪고 고통을 받는지를 자세히 표현해준다. 평범하지만 평범하지 않은 삶을 살아갈 수 밖었던 대한민국의 사회적 약자들에 대한 이야기다.
2. 일상속의 차별
어린시절부터 남아선호 사상이 가득했고, 여성은 몸 조심해야 하고, 남성으로부터 보호받아야 하는 존재로서 인식되었다. 권위주의, 집단주의로 가득찬 사회속에서 한 개인이 개인으로 살아가는 것은 너무나 힘겨운 일이었다. 가정에서 육아를 담당해야 하는 것은 여성의 몫이었고, 가정에 있다보니 경력단절이 되어 사회로 다시 복귀하기가 힘들게되었다. 이는 한국 사회의 오랜 전통,관습 때문에 발생한 것으로 너무나 익숙하지만, 사실 누군가에게 권력이 집중되면, 누군가는 그 권력에 억압 받으며 살게 된다. 형평이 맞지 않고, 평등하지 않은 차별적인 세상이 되는 것이다. 이로 인해 심리적 갈등, 우울증, 빙의, 공황발작 등 다양한 심리적 불안증세가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3. 목소리 내기까지
울지 않으면 새벽은 오지 않는다던가. 참고 인내하라고 사회가 학습시켜서 자신도 모르게 꾹꾹 눌러참다보니 결국은 마음속에서 병을 키우게 된다. 82년생 김지영 영화에서 지영은 다른 사람들 목소리를 통해서 본인 뿐만 아니라, 다양한 세대의 여성 이야기를 표현한다. 이 땅에서 너무나 많은 사회적 약자를 만들어낸 그 아픔을 이야기한다. 영화 속 빙의 장면은 지영이 다른 사람의 목소리를 통해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또 다른 세대에 걸쳐있는 아픔을 표현하는 것이기도 하다. 사회적 여성이 약자로서 억압받았는데, 그 아픔을 끊어내지 못하고 또 다시 다음 세대에 전이하는 아이러니가 벌어진다. 한 개인이 사회적 약자로서 자신의 존엄성을 회복해가는 과정을 영화는 담담하게 표현해낸다.
4. 프레임 넘어
이 영화가 진짜 던지는 질문은, 여성의 해방을 주장하기 보다는 사회적 약자에 대한 차별없는 세상을 만들자는 것으로 인식을 전환했으면 좋겠다. 여성의 인권을 외면하자는 얘기가 아니라, 여성과 남성의 대립구도로 이 영화를 소비하기에는 너무 아깝다는 뜻이다. 여성이든 남성이든 사회적 약자를 차별하는 세상은 폭력적인 세상이다. 남녀 모두 평등하고, 가진자 없는자가 모두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고, 인간답게 사는 세상이 되어야 한다. 기득권을 가진 자들이 만들어 놓은 프레임에 갇혀서, 약자들이 서로 싸우는 것은 소모적이다. 진짜 판을 만들어 놓고, 뒷짐지고 있는 기득권자에게 우리는 우리의 존엄성을 요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