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화제작 ‘신칸센 대폭파’는 재난 영화의 형식을 빌려, 인간 심리와 사회 시스템의 본질을 정면으로 마주하게 만드는 드문 작품입니다. 이 영화는 단순한 스릴러가 아니라, 절망이 어떻게 퍼지고, 그 절망이 어떻게 공동체를 변화시킬 수 있는지를 묻는 거울 같은 이야기입니다.
신칸센 대폭파, 단지 폭탄 테러 영화인가?
처음엔 한 명의 범인이 저지르는 열차 테러로 보입니다. 극한 상황 속, 관객은 자연스레 범인의 사연에 집중하게 되죠. 그러나 영화를 곱씹을수록 느껴지는 것은, 이 이야기의 중심에 있는 것은 절망의 확산입니다. 단지 개인의 고통이나 복수가 아닌, 한 사회의 병든 구조가 만들어낸 필연이라는 점이 서서히 드러납니다. ‘신칸센 대폭파’는 단순히 빠르게 달리는 열차에 폭탄이 설치됐다는 설정을 넘어서, 밀폐된 공간에서 사람들이 보여주는 불안, 불신, 갈등, 공포를 하나의 거대한 ‘감정의 실험실’로 보여줍니다. 그리고 이 감정들은 영화 밖, 우리가 사는 사회의 모습과도 이상할 만큼 닮아 있습니다. 왜 신칸센 대폭파 속에 나오는 범인이 나오게 된 것일까요? 이 영화에서 눈여겨 볼 대목은 무엇일까요? 살짝 스포가 있을 수 있으니 참고해주세요. 이 영화는 위선에 대한 강한 거부감을 표현합니다. 물론 그 방법이 정당하지 않죠. 다만, 왜 이런일이 발생했는지는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영화 속 테러범은 가정폭력의 피해자이자, 사회로부터 방치된 약자입니다. 그의 절망은 열차 안의 수백 명, 그리고 그 밖의 사회 전체에 영향을 줍니다. 범인은 위선적인 행동을 하는 한 인물과 연결된 사람입니다. 자신이 테러범을 사살하지 않았음에도, 책임을 회피하고 싶어하는 경찰의 거짓 띄우기에 동참하더니 결국 자신이 사살한것처럼 굳게 믿습니다. 거짓을 거짓으로 포장하면서, 본인 스스로 그 거짓을 강력하게 믿게 됩니다.
- 승객들은 서로를 의심하고, 생존 본능에 따라 이기적으로 행동합니다.
- 정치권은 책임을 회피하고, 미디어는 자극적인 보도로 공포를 퍼뜨립니다.
- 온라인에서는 각종 루머와 혐오가 재생산됩니다.
한 개인의 절망이 이처럼 빠르게 사회 전체를 병들게 할 수 있다는 사실. 이것이 ‘신칸센 대폭파’가 우리에게 던지는 불편한 질문입니다. 어쩌면 우리가 살아가는 지금 이 사회도, 눈에 보이지 않는 수많은 절망에 의해 조용히 감염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저는 이 영화를 보면서 교활한 위선자들에 대해서 생각해봤습니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거짓을 손쉽게 하며 타인에게 피해를 주는 인간들. 한마디로 영화 부산행에 나오는 좀비같은 인간들이죠. 이 사회에 여전히 좀비들이 득세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좀비들은 돈냄새를 귀신같이 맏으며, 자신들의 세력을 키워갑니다. 이들을 저지하려면 어떻게 해야할까요?
공감과 연대, 희망은 전염될 수 있을까?
흥미로운 건, 이 영화가 절망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후반부에 이르러 ‘신칸센 대폭파’는 완전히 다른 흐름을 타기 시작합니다.
승객들은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고, 처음엔 두려움으로 고립되던 사람들이 손을 맞잡습니다. 무조건적인 증오보다는,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를 이해하려는 태도가 싹트기 시작합니다. 그 과정에서 일부는 자신이 과거에 저질렀던 무관심과 가해성도 깨닫게 됩니다. 이 연대와 이해는 결코 거창한 선언이 아닙니다. 아주 작고, 사소한 말 한마디, 행동 하나에서 시작됩니다. 오히려 이 미세한 변화들이 모여, 거대한 희망의 흐름을 만듭니다. 이는 곧 영화의 핵심 메시지로 연결됩니다. 절망도 전염되지만, 희망 또한 전염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영화 속 테러범은 단순한 악인이 아닙니다. 그는 구조 요청을 수없이 외쳤지만, 그 누구도 진지하게 귀 기울이지 않았던 피해자입니다. 국가도, 사회도, 주변 사람들도. 결국 그는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기 위해 폭탄이라는 극단적인 방식에 기대게 됩니다. 이 설정은 무서운 현실을 떠올리게 합니다. 현대 사회에서 수많은 고통받는 이들이 보이지 않게 사라지고 있다는 사실. 신칸센 대폭파는 이 문제를 폭력의 언어로 드러내며, 무관심이 만든 비극이야말로 진짜 위기라고 경고합니다. 다시 정리하지만, 폭력이 정당화 될수없습니다. 테러범은 분명 사회적 약자로서 가정에서 폭력을 지속적으로 당했지만, 사회안전망에서 이런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습니다. 테러범을 처벌한다고 이와 유사한 문제가 생기지 않을까요? 정말 문제는 무엇일까요? 사회적 약자를 어떻게 보호해줄 수 있을까요?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면 앞으로 계속 이와 같은 일들이 생길 수 밖에 없습니다.
마무리 정리
‘신칸센 대폭파’를 단순한 재난 스릴러로만 본다면, 이 영화는 익숙한 장르물에 지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절망의 전염’이라는 시선으로 본다면, 이 영화는 우리의 삶과 밀접하게 닿아 있는, 놀랍도록 현실적인 사회심리 드라마로 다가옵니다. 절망은 한 사람의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에게 닿을 수 있는 감정입니다. 그렇기에 희망 또한 개인의 것이 아니라, 집단적으로 만들어야 할 힘입니다. 이 영화는 말합니다. 우리는 언제든 절망의 감염자가 될 수도, 희망의 전파자가 될 수도 있다고. 넷플릭스 ‘신칸센 대폭파’는 결국 우리 모두에게 묻고 있습니다. 당신은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요? 절망을 외면할 것인가, 이해하고 손을 내밀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