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루먼쇼를 보면서, 그가 살아왔던 삶이 가짜라는 것을 깨달았을 때 받았을 충격, 허탈함을 생각해본다. 얼마나 황당했을까. 참 고약스럽네. 가만 생각해보면, 우리네 세상살이도 비슷한 구석이 있어서 씁쓸하다. 이게 무슨 소리냐면,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상황을 조작하고, 자신의 속마음을 숨기는 교활한 위선자들 역시 트루먼쇼를 제작한 방송국 사람들과 다르지 않다는 뜻이다. 난 이런 상황을 가스라이팅이라 생각한다.
가스라이팅과 자유의지, 용기있는 도전
난 트루먼이 겪는 일이 전형적인 가스라이팅이라 생각한다. 타인의 생각,의식,믿음을 조작하는 것은 극악한 일이다. 트루먼의 입장에서는 자신의 의지라고 믿었던 것들이 사실은 조작이라는 것을 깨닫기 위해서는 질문을 했어야 한다. 그렇지만, 그게 어디 쉬운가. 생각해보라. 태어나면서부터 봤던 것들이 사실은 다 거짓이고 조작이었다면. 그를 탓할 수가 없다. 우리가 살면서 당연하게 받아들였던 문화, 관습들이 비슷한 영향을 준다. 자신이 주체적으로, 자신의 의지대로 살아가려면 어떻게해야할까? 트루먼이 자신의 의지대로 살려면 어떻게 했어야할까? 자신을 둘러싼 상황에 대해서, 인간관계에 대해서 질문을 했어야한다. 한국 사회는 질문을 하지 않고, 질문하는 사람을 혼내는 문화였다. 그냥 알아서 해주는 것을 바라면서, 착하게 살라는 것을 강요하던 사회였던 것이다. 그런 사회에서 트루먼처럼 길들여 살았던 사람들이 성장하면서 자신의 존재감, 정체성에 혼돈을 느끼게 된다.
영화에서 트루먼은 정신적 방황, 공황발작, 공황장애 같은 심리적 문제를 보이지는 않았다. 뿐만 아니라, 스트레스 때문에 신체화 증상을 보이지도 않았다. 그렇지만, 실제 현실에서는 다르다. 만약 어떤 사람이 트루먼처럼 위선으로 가득찬 환경에서 살다가, 어느날 그 모든 것이 거짓이라는 것을 알았다면, 엄청난 스트레스를 느낄 수 밖에 없다. 어쩌면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PTSD 에 시달릴지도 모른다.
집단주의 해체, 개인주의 문화
트루먼쇼를 보면서 한국사회의 문제점을 느끼게 된다. 한국은 여전히 집단주의, 권위주의로 구성된 사회, 그 속에서 한 개인으로서 인간의 존재감을 가지고 살아가고 싶은 사람들이 고통 받기도 한다. 왜? 여전히 힘과 권력을 가지고 있는 자들이 사회적 약자를 경제력, 권력으로 휘두르기 때문이다. 넓게는 국가부터, 작게는 가족관계에 있어서까지 집단문화가 뿌리깊게 자리잡고 있는게 사실이다. 어떻게 개인이 자유롭게 살아갈 수 있을까? 집단주의, 권위주의로 가득찬 자들은 스스로 결속하여 힘을 유지하기를 원한다. 따라서 이들과 맞대응하는 것은 쉽지 않다. 자칫 이들이 떼로 달면, 무너질 수도 있기 때문에 주의해야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좀비같은 녀석들과 대응할 수 있을까. 그들의 생존전술을 분명하게 인지해야 한다. 한국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그들은 절대 자신의 속마음을 노출하지 않는다. 자신의 패를 먼저까지 않는다. 만약 자신의 속마음을 먼저 내비치면, 좀비들이 달려들어 사정없이 물어 뜯는다. 주의해야 한다.
요즘 젊은이들은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고, 정확한 것을 좋아한다. 그렇지만, 자신의 속마음을 꽁꽁 묻고 보여주지 않는 자들과 관계를 맺을 때는 답답하고 짜증나지만 버텨야 한다. 그들이 자신의 패를 내비칠 때까지 절대로 패를 먼저까지 않는다.
마무리 정리
예전에는 트루먼쇼를 그냥 웃기는 TV 프로그램 정도로만 생각했는데, 다시 보니까 상당히 철학적인 의미가 담겨져있는 영화라는 생각이 들었다. 주변 사람들이 아무리 위장하고, 교활한 위선적인 태도를 취해도 그들 페이스에 말려서는 안된다. 답답함을 견뎌야 한다. 왜 그들이 저렇게 행동할까? 그들의 패턴을 주의깊게 관찰하고, 그들 스타일을 연구해서 기록하는 작업을 해주자. 마지막에 트루먼이 웃으면서 세트장을 나가는 장면을 기억하자. 위선으로 가득찬 상황을 박차고 용기있는게 도전하는 트루먼을 본받자.